최근에 집콕댄스가 층간소음 문제로 이슈가 된적이 있다.
층간소음을 격어보지않은 사람은 그 스트레스를 잘 모를것이다, 내 경험상 그 스트레스는 마치 영화관에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내 의자를 계속 발로 찰때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하다.
내가 사는 월세방은 오래된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이다. 이 건물은 2층으로 된 건물인데 아래층은 반지하이고 윗층은 집주인이 산다. 그리고 옥탑방이 있는데 여기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오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산다.
요즘은 겨울이라 조용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진 수시로 옥상에서 뛰어노는 꼬맹이들 때문에 층간소음이 너무 심하다. 게다가 지들 친구들까지 놀러와서 함께 뛰어놀때면 아주 집이 무너지는줄 알았다.
코로나가 있기전엔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층간소음은 정말 견디기 힘든것이 맞다. 한두번이나 두세번의 소리엔 그냥 그렇거니 넘어가지만 몇분 혹은 몇십분씩 쿵쾅거릴때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퇴근하고 집에오면 6시쯤 되는데 집에만 오면 만사가 귀찮고 그냥 쉬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옥상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바로 내집 천정에서 나는것처럼 들릴때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군한다. 해가 긴 여름에는 저녁 8시가 넘어도 쿵쾅거릴때가 많다. 웬만하면 부모들이 애들에게 주의를 줄수도 있으련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 분쟁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배려를 모르고 이기적으로 나오면 분쟁은 가시지 않을것이다. 나는 몇번이고 올라가서 호통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수는 없는 일이어서 언젠가는 말해야지 하면서 하루하루를 넘어갔다.
그러던 내가 찾아가서 뭐라 하지 않은걸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가끔 좀 일찍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애 아빠도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었다. 애 아빠는 골목에서부터 애들 이름을 불러댔다, 옥상에서 뛰어놀던 애들은 아빠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연신 아빠를 외치며 뛰어내려와서는 얼싸 안겼다. 애 아빠는 체격도 작은데 애들을 번쩍 안아주면 환하게 웃었다. 꼭 마치 그순간엔 건설현장에서 쌓인 피로도 말끔히 잊고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행복해하는 그들을 나는 여러번이나 봤다. 그때마다 나도 덩달아 행복해짐을 느꼈다. 어렸을때 아버지랑 함께 했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쩌면 애들은 퇴근해서 오는 아빠가 잘 보이는 옥상에서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뛰어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상황들을 여러번 목격한 나는 애들이 옥상에서 쿵쾅거리면서 뛰어놀아도 차마 뭐라 할수가 없었다. 좀 더 지나면 집에 들어가겠지~ 애들이니까 그런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왔다. 그렇게 나는 5년째 여기서 살고있다. 그사이 애들도 많이 컸고 이젠 그렇게까지 뛰어놀지도 않는것 같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층간소음도 이젠 점점 추억으로 변해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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