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저녁에 나가서 산책을 했다.
보통 산책보다는 달리기를 하고 그냥 집에 들어오는데 요즘은 달리기도 뜸해졌다.
생각해보니 나는 뭔가 일이 잘 안풀리거나 골치아픈일이 있을때면 산책하러 나갔다.
요즘은 직장때문에 골머리를 앓다보니 느닷없이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동네는 내가 무관심한 사이에 많이 변했다.
으슥진 동네 뒷골목에 카페도 여럿 생겨서 제법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냥 일반주택들이 들어앉은 동네였는데 리모델링을 한 건물들과 또는 아예 빌라를 올리세운곳이 여러군데다.
통유리창에 환한 불빛이 비추는 건물이 있어 쳐다보니 안에 여성 옷들을 가득 걸어놓은걸 보니 쇼핑몰 사무실인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한 빌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동네에 연예인 스러운 메이컵을 한 남자애들이 자주 보였는데 아마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어서였을것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동네가 밝아져서 좋긴 하다만 누군가는 터전을 옮겨야하는 신세가 되어간다. 아마 나도 그중에 하나가 될 날이 다가오는 느낌을 은근히 받는다.
나처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나 또는 근처에서 직장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외국인들, 그리고 근처 대학교 학생들까지 우리모두는 그나마 저렴한 월세때문에 이 오래된 다가구 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에서 살고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 다가구 주택들도 하나둘씩 빌라로 바뀌어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가버렸다. 빌라로 변신하면 더이상은 저렴한 월세란건 옛날이야기가 되니말이다.
나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용케 잘 버티고 있다. 주인집에서 아직은 빌라를 올리세울 생각이 없는듯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날이 오게될것이다.
삶의 터전,
어쩌면 나같은 사람에게 삶의 터전이란 애초에 없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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