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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여권사진

by 빠라밤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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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여권을 만들어 두었다. 

그때는 해외로 나갈 일도 없었는데 그냥 무엇에 꽂혔는지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어린시절에 만든 여권이라

여권사진을 보면 현재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몇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구정연휴에 고향에 다녀오게 되었다. 2시간의 비행끝에 연길공항에 내렸다. 전화를 해보니 이모와 어머니가 함께 

마중을 나와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지라 나는 마음이 급했다.

 

입국수속을 하는곳으로 들어와보니 군인들이 쭉 늘어서서 질서를 통제하고 있어서 제법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나는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 서서  한발짝씩 앞으로 움직이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고 나는 입국수속을 하는 직원한테 인사를 하며 여권을 건넸다. 

마음속으로는 밖에서 기다리는 어머니와 이모를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통 자국민이 출국했다가 입국할때는 바로바로 통과가 된다. 근데 한참 여권을 들여다보던 직원이 나에게 집주소를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름 재빨리 대답하느라고 했는데 생각밖으로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당황스러웠다.  다시 중국어로 말하려고 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랜시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어를 쓸일이 없었기에  말문이 막혔던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중국어로 집주소를 말했다. 그제야 그 직원은 웃으면서 사진이 오래돼서 달라보였다면서 귀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나도 웃으며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여권사진을 다시 찍으려고 사진관을 찾았다. 

동네에서 멀지않은곳에  아주 자그마한 사진관이 하나 있었는데  아저씨 한분이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여권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아저씨의 설명으로는 여권사진은 눈썹과 귀가 머리에 덮히지 말고 잘나와야 된다고 했다. 아무튼 나는 여권사진을 찍었고 다음날 찾으러 갔다.

 

사진은 봉투에 담겨있었는데 나는 꺼내 보지도 않고 그대로 들고 나왔다.

동네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대기하던중  사진을 꺼내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걸 여권사진에 넣으면 아마 우리엄마도 알아보기 힘들것 같았다.  사진은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포토샵으로 편집한 자국이 여러군데 보였는데  편집수준이 나보다도 못했다.  심지어 턱쪽은 수염자국을 리터칭한건지 모자이크 한건지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릴뻔 했다.

 

나는 다시 돌아가서 아저씨에게 사진 편집을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딱  봐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아저씨는 눈썹과 귀만 잘 나오면 여권사진은 문제없다고 했다.  나는 어이없었지만  더 따지기도 귀찮아서 그냥 나왔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건대입구역쪽에 사진관들이 몇개 있었다. 나는 그길로 건대입구쪽에 있는 사진관으로 찾아갔다.

젊고 나이어린 청년이 찍어줬는데  몇번 자세를 바로 잡아주더니 금방 끝났다. 1시간 뒤에 찾으러 오면 된다고 했다.

나는 이마트와 서점에서 빈둥거리다가 사진 찾으러 갔다. 이번엔 그자리에서 확인해봤다. 

역시  처음에 찍었던 사진과는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사진이 잘나왔다. 나는 여태 신분증 사진도 그렇고 이력서 사진도 그렇고 이렇게 잘나온 증명사진은 찍어본적이 없었다. 너무 마음에 쏙들 정도로 잘나왔다. 

 

요즘도 그 아저씨가 운영하는 사진관은 여전히 그자리에 있다.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지나갈때마다 들여다보는데  항상 혼자앉아서 티비만 보고있다. 손님도 안보이는데  어떻게 운영을 하는지 참 궁금하다.  더 궁금한건 아저씨의 사진편집 기술이다.

 

그동안 사진편집 기술은 좀 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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