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떡가게에서 알바를 한적이 있다.
어느날 할아버지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매장으로 걸어오는게 보였다. 딱 봐도 많이 불편한 몸인것 같았다.
지팡이를 짚었지만 몸이 한쪽으로 넘어질듯이 쏠려서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다.
할아버지는 떡을 이리저리 고르더니 세팩을 사고 만원짜리를 주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거스름돈을 내주어야해서 잠깐만요 를 외치며 재빨리 가게안으로 들어가서 잔돈을 가지고 나왔다.
나와보니 할아버지는 안보이고 지팡이만 매대에 기대여있었다.
할아버지는 거스름돈을 받는것을 까먹고 시장골목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건 할아버지의 걸음걸이였다.
아까 매장으로 올때와는 다르게 몸이 한쪽으로 쏠리지도 않고 지팡이도 안짚고 잘만 걸어갔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서 할아버지에게 지팡이와 거스름돈을 드렸다.
몇걸음 돌아오다가 다시 뒤돌아보니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아까 매장으로 올때처럼 거의 쓰러질듯한 걸음걸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저럴거면 지팡이를 버리고 걷지 왜 짚고 다니는걸까?
도서관 근처에는 롯데리아가 있었다.
나는 도서관에 가는날이면 꼭 여기서 뭐라도 사먹었다.
그날도 나는 한적한 롯데리아에서 햄버거세트를 먹고있었다.
매장문이 열리기에 고개들 들어 바라보니 휠체어를 탄 할어버지 한분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주문 어떻게 하냐면서 직원을 불렀다.
키오스크가 있지만 휠체어를 타신 할아버지가 주문하기에는 불편한것 같았다. 카운터 안쪽에 있던 여직원이 나와서 어떤걸 드실거냐고 물으면서 친절하게 주문을 도와주었다. 너무 친절하여서 내가 사장이라면 월급이라도 더 주고 싶을 정도였다.
몇분간 시간이 흐르고 직원은 햄버거가 든 비닐봉투를 들고나와서 할아버지의 휠체어에 잘 올려주었다. 그리고는 할아버지의 휠체어를 밀고 매장밖에까지 나갔다. 밖에서 몇마디 대화를 하는것 같더니 아예 횡단보도까지 밀어다 드리고 돌아왔다. 매장은 삼면이 다 유리문이여서 밖이 훤히 내다보였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자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휠체어에서 내려 휠체어를 밀고 씨엉씨엉 걸어서 길을 건넜다.
나는 멀리 사라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앞전에 재래시장에서 보았던 지팡이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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