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때문에 갈수록 여름더위가 혹독하게 다가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덥고 습한것 같습니다.
이런 여름철이 되면 에어컨 설치 기사분들은 1년중에 가장 성수기를 누리고있습니다.
더워짐에 따라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기때문이죠.
여름철 몇개월 동안에 일년농사를 다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혼자하던 일을 여름철에는 보조알바를 채용해서 함께 해야할 정도로 일이
많아집니다. 제가 했던 알바는 가정용 에어컨을 설치하는 기사님을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일이었습니다.
에어컨 설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컴퓨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다 조립돼 있는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본체와 모니터를 연결해야 합니다. 여러개의 케이블선들을 정확히 연결하고 전기를 꽂으면 컴퓨터를 사용할수
있겠죠.
에어컨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내기와 실외기를 배관으로 연결하면 사용할수있습니다. 실내기는 집안에 달아야 되고
실외기는 집밖에 혹은 베란다에 설치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배관선이 지나가는 장소에 벽이 가로막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것때문에 설치기사가 필요합니다. 벽에 구멍도 뚫어야 되고 배관이 짧으면 용접해서 연결도 해야 되고 , 또는 기존의 에어컨을 철거하고 새로 구매한 에어컨을 설치하는거라면 기존의 낡은 에어컨을 뜯어가야 합니다.
이런 작업들을 에어컨 기사가 합니다. 그럼 보조는 무엇을 하느냐?
보조가 할 일은 기사님이 시키는걸 하면 됩니다. 어떤 공구를 가져오라면 가져다주고, 어디를 잡아달라고 하면 잡아주면 됩니다. 그리고 철거한 에어컨을 차에 옮겨실어야 되고 새 에어컨을 집안으로 옮겨야 됩니다. 사실 에어컨이 크게 무겁지는 않습니다. 벽걸이는 가볍고, 스탠드에어컨도 크기는 커보이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습니다. 성인 남자라면 대부분 옮길수 있습니다. 아파트는 엘레베이터가 있어서 쉬운데 가끔 주택이나 오래된 빌라로 가면 계단으로 들고 올라야하는데 이때 좀 힘들긴 합니다.
무엇보다도 여름철이라 더위가 제일 힘들긴 합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데 에어컨을 메고 아파트에 오르락 내리락 하노라면 땀으로 샤워를 합니다. 게다가 집안에서 설치를 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에 에어컨이 없으니 아주 땀을 비오듯 쏟으며 일합니다. 주인분들이 가끔 시원한 음료도 한잔 주시고 물도 주고 하지만 아주 죽을맛입니다. 솔직한 말로 에어컨 기사나 보조나 일은 힘든일이 아니지만 그놈의 더위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10일동안 알바를 했는데 그사이에 다른 기사님들이 채용한 보조분들은 수없이 많이 바꼈습니다. 제가 느낀바로는 이분들이 그만두는 이유는 딱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더위때문입니다. 에어컨 들고 아파트에 올라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꽤나 덩치가 있고 뚱뚱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은 그렇게 무겁지 않고 아파트에는 엘레베이터도 있어서 생각보다는 수월합니다. 근데 뚱뚱한 분들은 더위에 취약하죠, 하루종일 10시간 혹은 그이상 땀을 계속 흘리다보면 관둘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기사때문입니다. 어디가나 사람을 잘 만나야됩니다. 땀 흘리며 죽어라 일하는데 기사가 자꾸 잔소리를 해대면 짜증나서 때려칩니다. 보조도 돈받고 하기때문에 어떻게든 잘하려고 애를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초보이기때문에 정확히 시켜야 할수있습니다. 말도 안하고 눈치껏 하라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설치할때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안해본 사람이 어떻게 손발이 착착 맞아서 바로바로 갖다주고 잡아주고 하겠습니까?
덥고 땀이 비오듯 나다보면 기사도 지치고 일도 느려지고 그러다보면 짜증이 나는건 압니다. 하지만 보조들에게 짜증을 낸다고 일이 빨라지지는 않겠죠. 계속 새로운 알바를 채용하기보다는 이미 채용한 알바를 잘 알려주면서 오래가는게 훨씬 좋을텐데 말이죠.
저는 그래도 나름 괜찮은 사람 만나서 다행이었는데 다른기사분들은 보조가 하루만에 때려친 사람도 있고 일하던 도중에 가버린 사람들도 있더군요 ^^
10일동안 보조로 일해보니 단점은 더위를 감수해야 된다,잔소리를 생각보다 많이 들을수 있다, 가끔은 힘들지만 늦게까지 일해야 된다. 장점은 돈급할때 단기알바를 할수있다는 점과 좋은 기사님을 만나면 열심히 따라다니며 친해지고 일을 배워서 이쪽으로 업계에서 직업을 가질수 있다는 점입니다.
잠깐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에어컨 설치는 그렇게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서투르면 가스가 샐수도 있고 물이 샐수도 있고 등등의 사고를 치는 기사님들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꼼꼼하고 서두르지 말고 순서대로 해나간다면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에어컨 기사는 나름 수입이 좋은것 같았습니다.
여기까지 에어컨 보조기사 알바를 해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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