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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생님

by 빠라밤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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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바이뚜

 

한국에선 오늘이 스승의 날이다. 중국의 스승의 날은 매년 양력 9월 10일이다. 중국에선 스승의 날이라고 부르지않고 교사절이라고 부른다.

 

교사절이면 학교에서 교사절 축하 행사가 열리곤 했다. 선생님의 은덕에 대한 편지도 읽고 춤과 노래 공연도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과 친구처럼 너무나 가깝게 지내는데 그때 우린 왜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던 시기에 우리학교는 더이상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았다. 전교에 10명 남짓했던 아이들은 정부의 교육위원회에서 지정해준 다른 학교로 단체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학교가 멀어지다보니 아이들 걸음으로는 한시간가량 걸어야 도착하는 거리였다.

 

담임선생님은 젊은 여교사였다.

 

타지역에서 학생들이 한꺼번에 전학왔으니  웬만하면 담임을 맡기 싫었을법도 한데 선생님은 열정이 대단했다. 애들을 한명한명씩 열심히 챙겼고 항상 웃으면서 대했다. 애들은 그저 새로운 학교와 낯선 아이들과 적응하는 일이 재밌기만 했다. 

 

학교가 멀어지니 문제는 비오는날이었다. 거리가 먼것은 일찍 일어나서 떠나면 되지만 비오는날은 달랐다. 시골이다보니비포장된 산길을 걸어야했는데  아무리 우비를 입더라도 바지가랭이와 신발은 다 젖은채로 학교에 도착했다. 그래도 시골에서 자란 애들인지라 그런건 개의치 않고 하나둘 모여서 학교만은 잘 다녔다. 하지만  지각은 어쩔수 없었다. 미끌꺼리는 흙길을 걸야햐 했기에 제시간에  등교하지 못했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선생님의 그때 모습이 있다. 산길따라  내려오다보면 어느순간부터 학교가 저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비오는날이면 늘 우산을 든채로 학교입구에 서서 우리를 멀리 바라보며 기다리는 선생님이 보였다. 그냥 교무실에서 기다려도 괜찮은데 선생님은 늘  우리가 걱정되셔서 밖에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보이기시작하면 우리는 서로 장난도 안치고 발걸음을 채촉했다. 어린 철부지들이었지만 늘 그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학교에 도착하면 선생님은 아이들을 교무실에 데리고가서 수건으로 비에 흠뻑 젖은 애들 머리카락도 닦아주고 자신이 집에서 챙겨온 옷들이며 슬리퍼를 나눠주셨다. 커다란 옷을 입고 키득키득 웃는 애들을 보며 선생님도 함께 웃으셨다.

 

어릴때 한두번은 꼭 학교에 가기싫어서 도망치려 했던적이 있을것이다.

그때 철없던 우리는 한명이 학교에 가기싫어서 안간다고하자   단체로 도망을 쳤다. 남자들은 학교에 안갔고 여자애들만 학교에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했을까~ 

 

선생님은 자전거를 타고 직접  동네로 찾아왔다. 학교 땡땡이치고 철없이 놀고있던 우리는 고스란히 선생님께 끌려 학교로 향했다. 선생님은 자전거를 두고 애들과 함께 걸어서 학교까지 갔다.  학교에 들어가기전에 선생님은  상점에서 빵을 사다가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나눠줬다. 사무실에 끌려가 야단맞을거라 생각했던 우리 철부지들은 빵까지 얻어먹고 등교했었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늘 선생님 칭찬을 했다.  부모님들도 정말 고마워하셨다.  

 

교사절이면 아이들은 늘 선생님 은덕에 대한 고마움을 편지로 써갔고 부모님들도 대부분 교사절 행사엔 꼭 참석하셨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마칠때까지 선생님께서 줄곧 담임을 맡으셨다.  졸업하는 날  아이들을 끓어안고 눈물을 보이시던 선생님 모습은 잊을수가 없다. 

 

우리가 졸업한뒤  몇년이 지나서 그 학교도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 있던 선생님들은 뿔뿔이 살길찾아 떠났고 담임선생님은  도시에 있는 어느학교에  유일하게 스카웃되어 갔다고 한다. 

 

몇년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선생님도 한국으로 돈벌로 나오셨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마 교사월급으로는 가정과 애까지 키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을것이다. 

 

 

오늘 스승이 날이라  선생님 생각이 나서 오래된 이야기를 몇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교사님들, 명절 축하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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