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문구용품들을 수입해 판매하면서 중국 절강성 이우시에 있는 도매시장에 다닌적이 있습니다.
이우시에는 국제공항이 없다보니 한국에서 직접 갈수가 없고 시간이나 경비를 고려했을때 상해에 갔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이우에 도착하는 루트로 많이 다녔습니다. 거의 대부분 상인들이 그렇게 다녔죠.
그때도 물건 사입때문에 이우도매시장에 가게 되었는데 며칠간 볼일들을 다 보고 일정 마지막날이었습니다.
갈때는 인천에서 상해로, 상해에서 이우로 가야하므로 되돌아 오려면 반대로 이우에서 상해로, 상해에서 인천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여정이 번거롭다보니 이동하기가 불편하고 짜증이납니다. 게다가 이우는 지리적 위치상 제주도보다 더 남쪽에 있다보니 날씨가 엄청 덥고 습합니다.
아침에 호텔문앞에서 택시를 잡고 캐리어를 뒷쪽 트렁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우 기차역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침부터 덥고 습한데 택시에는 에어컨도 잘 안되고 차가 안좋아서 덜덜 떨면서 달리더군요. 그당시 이우와 상해에 여러번 갔는데 두 도시 모두 택시들은 엄청 안좋은 차들이었습니다. 이우는 그렇다쳐도 상해는 대도시이고 유명한 도시임에도 택시는 왜 그모양인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여하튼 오래도록 달려서 이우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비를 계산하고 손에는 노트북가방을 들고 내렸습니다. 근데 내리고 나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차에서 내리니까 숨막힐정도로 뜨거운 공기가 확 와닿더군요. 더 숨막히게 하는건 기차역에 상주하고 있는 노숙자들이었습니다. 내리자마자 대여섯명의 노숙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돈좀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짜증이 확 치밀더군요. 이우는 소상품도매시장으로 유명한곳이라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많이 다니는곳이므로 노숙자들에겐 용돈벌이가 쏠쏠했던가 봅니다. 득달같이 달려들며 돈을 달라고하기에 성질을 내며 밀쳐내고 부랴부랴 기차역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역사안으로 들어가다가 생각해보니 택시에 캐리어를 놓고 내렸네요 ㅠㅠ
다급히 되돌아 나가봤더니 택시는 이미 떠났고 노숙자들만 남아있더군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성질도 나고... 기차역 마당에서 보니 역사 한쪽끝에 역전파출소가 보이더군요. 급한김에 파출소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니 자그마한 은행창구처럼 구조가 돼있는 공간이었는데 창구 안쪽에 경찰 한명이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두발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휴대폰으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더군요.
" 저기요, 금방 택시에서 내렸는데 가방을 놓고 내렸어요.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
젊은 경찰은 나를 한번 올려다보더니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 그거 못찾아요 "
라고 하더군요.
"아니 왜 못찾아요? cctv로 차량 번호를 확인하면 찾을수 있잖아요"
"cctv는 화질이 구려서 보이지도 않아요."
여전히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며 대꾸하는 태도에 화가 나더군요. 이딴새끼가 경찰이라고 싸대기라도 날리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포기할수 없어서 그럼 택시회사에 전화해서 기사들에게 알릴수라도 없냐고 하니까 이우에는 택시회사가 6개가 있는데 너가 알아서 전화를 하라고 하네요 ...
아~ 썩을놈, 저딴것도 경찰이라고~ 할수없이 알았다 하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캐리어는 처음본 어떤 택시기사의 소유가 되었죠, 아마도.
기차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보니 다행인것은 캐리어에 비싼 귀중품이 없었다는것입니다. 아끼던 옷 몇벌이랑 당시 들고다니던 카메라 배테리와 외장후레쉬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캐리어를 허무하게 잃어버렸다는게 너무 맘에 걸리더군요.
그뒤로도 여러번 이우를 갔다왔는데 한번도 캐리어를 뒷쪽트렁크에 넣은적이 없습니다. 항상 뒷좌석에 넣고 타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경찰이 어떻게든 찾아주려고 했을텐데 워낙 경찰이 상전인 나라라 울화만 쌓였네요.
'일상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도날드에서 토마토를 받았습니다 (0) | 2022.04.23 |
---|---|
인생 - 나를 울린 소설 (0) | 2022.04.22 |
누가 그랬냐? (0) | 2022.04.11 |
석촌호수 벚꽃 (0) | 2022.04.07 |
양효진과 김다인 (0) | 2022.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