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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까지

춘천 - 서울 걷기, 첫번째

by 빠라밤 2022.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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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이고 출근까지 안한다.
어디 멀리 훌쩍 떠나고 싶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최대한 사람이 없는데로 가보려고 했다.
그렇게 결정한 행선지가 춘천에서 서울까지 걸어보는거였다.

춘천에서 서울까지는 대충 100키로 정도이니 걸어서 완주하려면 며칠은 걸려야 한다. 내 걸음걸이가 어느정도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정확한 계획은 세우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 춘천-가평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아침일찍 동서울에서 춘천행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가보는 춘천이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한강을 건너면서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였다.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기분은 좋았다.

한시간 좀 넘게 달려서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역시 춘천은 서울보다 추웠다. 나는 신발끈을 다시한번 쪼여매고 편의점에서 김밥 두줄과 물을 사가지고 나왔다.
네이버 지도를 한번더 확인해보고 길을 떠났다.

옷을 두껍게 입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날씨만큼 생각했더라면 추워서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걸어서 의암호쪽으로 간뒤 자전거도로를 따라 가평까지 걸어갈 예정이었다.

낯선 도시를 걷는것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이는것 같다. 손이 좀 시리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걷고 걸었다.

지도상에선 송암스포츠 타운 앞에서 자전거도로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쪽으로 나가니 얼음위에 텐트들이 보였다. 여기서 캠핑을 하는가보다 하고 생각하고있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모두들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용케 자전거길에 들어섰는데 통행제한이란다 ㅠㅠ
여기서부터 지도를 안보고 내내 걷기만 하면 될것 같았는데 막혀버리다니~ 이제 어데로 가야되나 한참을 쳐다봤지만 도저히 갈피를 못잡아서 근처에 도로 보수 작업을 하고있는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조금 멀긴하지만 차길을 따라 에둘러 가면 된다고 했다.

시작부터 막혀버리다니... 그래도 이왕 왔으니 걷긴 걸어야한다.

할수없이 우회하여 걷기 시작했다. 산을 우회하는거라서 약간은 오르막길이었다. 다행이 너무 멀지는 않았다.

아까 길이 막히지 않았다면 호수를 끼고 여기까지 올수있는거였다.
암튼 이제부턴 길따라 쭉 걷기만 하면 된다.

저 멀리 케이블카가 산을 향해 올라간다. 근데 길이가 어마어마하다 .
내가 여태 보았던 케이블카중에서 제일 긴 노선인것 같다. 나중에 집에와서 찾아보니 약 18분가량 걸리는 엄청나게 긴 코스다 . 언젠가 꼭 한번 타보고 싶다.

걷다보니 이런 미인어 동상도 보인다. 추운겨울에도 벌거 벗었구나. 나는 장갑을 꼈지만 좀처럼 손이 녹지를 않았다.

수력발전소라고 한다. 발전소는 난생처음 본다.

자전거길을 따라 걷다보니 가끔씩 이런 표지판이 나온다. 볼때마다 내가 제대로 가고있구나 싶어서 반갑다.

저멀리 강건너편에 빨간 기차가 보인다. 레일 바이크라고 해야할지 기차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
첨엔 멈춰있더니 서서히 뒤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참 뒤엔 다시 앞으로 달리더니 나를 앞질러 지나갔다.

겨울산은 나무가 앙상해서 처량한 느낌이지만 여기는 강도 있고 기차도 보이고 산너머로 흘러드는 햇빛까지 어우러져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춘천에서 강촌까지의 구간은 걷기도 좋고 혼자 생각에 잠기기에도 참 좋은 구간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강촌역 표시가 보인다.

이다리를 건너가면 강촌역쪽인가 보다.

나를 앞질러 가던 빨간 기차가 저앞에 정차해있다.

주변은 여행오라고 아기자기하게 이쁘게 만들어져 있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없다. 빨간 기차를 타러 오는 사람도 안보인다.

길옆에 있는 커다란 지도를 들여다봤지만 아직 갈길이 멀었다.

자전거길에서 강촌역을 올려다보니 꼭마치 영화에 나오는 감옥 담벼락 같아보였다.

근데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도로 옆에 자동차도로가 있어서 오가는 차들때문에 소음이 시끄러웠다. 도저히 뭔가 생각에 잠길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주변에 별로 볼만한 풍경도 없었다.

문뜩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싶네) 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노랫말의 강촌이 지금 걷고있는 강촌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사를 보면 왠지 여기가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백양리역에 도착해간다. 여기까지 걸으면서 나는 손이 계속 시려웠다. 역시 서울의 날씨와는 다르긴 다르다.

백양리역은 밖에서 보니 꽤나 커보였다.
하지만 주변에 마을이 하나도 안보인다. 근데 왜 역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앞을 바라보니 쉴수있는 벤치가 보였다. 나는 아침도 안먹고 여태 3시간 넘게 걷고 있었다.


벤치에 혼자앉아 강을 바라보며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온 김밥을 꺼내들었다. 차갑지만 간장불고기 김밥은 맛있었다.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딱 한명을 봤다. 겨울이라 그런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강촌에서 백양리까지는 너무 지루했고 자동차소음때문에 정신없었다.

김밥을 먹고 잠깐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백양리역을 지나니 햇살이 많이 따스해졌다. 손도 슬슬 녹기 시작했다. 걷는 사람들도 가끔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평에서부터 걸어오는중이라는 어떤분은 나한테 꼭 완주하라며 응원까지 해주셨다. 강촌역까지 가는중인것 같은데 그분도 길이 한참 많이 남은것 같다.

걷다보니 자전거길 옆으로 사륜스쿠터 전용길이라고 만들어져있었다. 아마 강을 따라 사륜스쿠터길이 생긴걸 보니까 관광객유치를 위해 만들어진것 같았다. 근데 한참을 가다보니 어느 마을입구엔 사륜스쿠터를 반대하는 현수막도 걸려있었다. 뭔가 현지주민들과 마찰이 있는것 같다.

얼마나 걸었을까 춘천 신매대교까지 29.7키로라는 간판이 보였다. 거리를 봐서는 춘천터미널보다 훨씬 멀리 있는것 같다.

이제 가평역까지는 3키로가 남았고 백양리역에서는 7키로를 걸어왔다. 7키로밖에 안되는데 나는 걸을수록 속도가 느려져서 엄청 먼길을 걸은듯 느껴졌다.

여기서부턴 다리위로 강을 건너면 가평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가평에 들어서는것 같다. 다리는 아프고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졌다.

다리를 건너니 가평군 시내가 보였다. 드디어 다 온것 같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다 되어 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멈춰야겠다. 더 가려면 상천역까지 가야 집에 돌아갈수 있는데 약 10키로정도를 더 걸어야 했다.

백양리역서 김밥을 먹고 가평터미널까지 8.42키로를 걸었다.
춘천버스터미널에서 백양리역까지는 18.14키로를 걸었다.

그렇게 나의 춘천-서울 걷기의 첫구간인 춘천-가평구간을 26.56키로를 걸어서 마무리를 했다.
다음 구간은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길을 완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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