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흐려있었다.
안양에서 인천으로 출근을해야 했던 나는 매일 아침이면 출근시간때문에 무지 바빴다. 급히 뛰어나오느라 우산을 안챙겼다. 다시 들어가 우산을 챙길까?
아니~ 그러다 버스라도 놓치는날엔 출근시간이 늦겠지 ...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은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버스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좀더 걸어가야만 했다.
... ...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쪽으로 걸어가는데 비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든 사람들이 역안으로 들어온다.
젠장~~ 걸어야 하는데 그사이를 못참고 비가 내리고있었다.
지하철역안에 있는 작은 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작지만 많은 물건들이 쌓여있고 신문들도 보이고 그옆 한켠에 세워진 작은 통에는 길고 짧은 우산들이 한가득 담겨져있었다. 나는 서둘러 우산하나를 골라 판매하는 아주머니에게 최대한 서울말투로 짧게 물었다.
" 이거 얼마에요? "
" 6000원, 총각 여기 중국전화카드도 팔아요 "
아주머니는 국제전화카드를 가리키면서 쳐다본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보이면서 6000원을 건넸다.
나는 한국말을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제로 만나는 한국사람들도 첨에는 연변사람인줄 몰랐다는 말들을 많이할정도로 억양이 많이 고쳐졌다. 비록 급할때나 길게 말할때면 연변말투가 드러나군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한마디에서 알아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최대한 서울말투로 짧게 말했음에도 알아보다니 역시 고수는 따로 있나보다 ^_^
회사에서 이야기 했더니 다들 배를 끓어안고 웃는다 ^_^
같은 언어를 쓰고있음에도 억양은 왜 이리도 틀린건지 첨에는 죽어도 못고칠것 같았다. 하지만 서울말투는 언제 들어도 참 부드럽다. 한국에 처음 왔을때는 항상 머리속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었던 억양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말을 하려고 하였다. 그래야만 최대한 서울말투를 흉내낼수 있었다. 그렇게 연습함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게 한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면 < 밥을 안먹겠다고 합니다> 를 <밥을 먹지않겠다고 합니다> 로 표현했다. <안잔다>를 <자지않는다> 등등...
이게 뭔차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암튼 연변말투와 서울말투에서는 이 표현들이 서로 바뀌어있었다. 가끔 이 차이만 고치면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20여년동안 사용해오던 연변말투는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지가 않았다.
요즘은 가끔 고향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저런 표현들이 나의 귀에도 들려와서 예전 생각이 나군한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어느새 나도 말투가 많이 변했음을 스스로 느낀다.
ps: 아직도 급할때면 튀어나오는 연변말투와 그리고 서울말투가 뒤섞여서 가끔은 혼란스러울때가 있다 ^_^
(언젠가 고향마을에 갔다가 어린시절 뛰놀던 뒷산에 올라보니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