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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도서관의 빌런들

by 빠라밤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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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자주 가다보면 어느순간 낯익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도 나처럼 자주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서로 인사를 나눌정도는 아니지만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번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낯이 익다. 이 낯익은 사람들중엔 (도서관 빌런들)이 존재한다.

 

 

 

1: 책을 쌓아놓고 읽는 사람

 

도서관 이용자들은 대체로 책을 빌리러 가는 사람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로 나뉜다.

읽고싶은 책이 있을 때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해보면 대출가능, 혹은 대출불가 라고 뜬다. 하지만 대출가능 상태여도 도서관에 가서 아무리 찾아봐도 책이 안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누군가 지금 그 책을 보고있거나 다른 하나는 그 책을 읽은 누군가가 제자리에 꽂아두지 않은 경우이다. 물론 도서관 직원들이 수없이 정리를 하지만 대개 이런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도서관엔 책을 읽을수 있는 좌석들이 많이 배치되어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책 한권을 들고 조용히 앉아서 읽고있지만 그렇치 않은 사람들도 있다. 오늘도 내 옆좌석엔 낯익은 빌런이 앉아서 독서를 한다. 그것도 책 대여섯권을 옆에 쌓아두고 말이다. 욕심이 많아서일까? 왜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저렇게 많이 쌓아두고 있을까? 몇시간이 지나도록 한권만 읽을뿐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 책이 필요한 누군가는 읽을수도 대출할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2 : 조용할줄 모르는 전화벨소리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그 어떤 장소보다도 조용함을 요구하는 공간이다. 궂이 누군가 나서서 통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스스로 조용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기본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깨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오늘도 그분의 전화벨소리는 요란스럽게 울린다.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만 그런 시선은 그에게 어떤 데미지도 입히지 못한다.

 

잠깐만 내 나가서 받을께, 끊치 말고 기다려봐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이같은 말을 남기며 그는 전화받으러 밖으로 나간다. 그도 기본적인 에티켓은 알고있는듯하다. 하지만 반쪽짜리 에티켓이다. 한참후 또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서관에 있는동안 그의 전화벨소리는 몇번이고 반복해서 울린다.

 

 

 

3: 휴게실의 빌런들

 

도서관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책을 읽다가 머리가 아프면 이곳에서 편하게 앉아서 머리를 식힐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 공간을 이용한다.

 

언제부턴가 아저씨 두명이 어김없이 이곳에서 담소를 나눈다. 둘이 아주 친한 것 같다. 그들의 담소를 들어보면 사회, 경제, 정치 각 분야를 다양하게 이야기 한다. 그들에겐 이곳이 만남의 장소인 것 같다.

 

문제는 그들이 나눠 마시는 음료이다. 투명한 텀블러에 담아온 음료를 둘이서 종이컵에 따라서 마시는데 우유일까 야쿠르트일까? 색상을 보니 우유인 것 같기도 하다 ...

 

아저씨 두명이 매일 만나서 우유를 나눠 마시며 담소를 나눌수도 있다. 우유가 아니라면 아침햇살이라고 하는 음료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왠지 자꾸 막걸리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날은 두분이서 어느 작가에 대해서 논하고 있었는데  내친김에 그 작가분이 쓴 어느 멋진 구절까지 읊조리고 있었다. 문학적인 아저씨들이다  싶어서 힐끔 쳐다봤더니 붉으스레 한 얼굴이 분명히 취기가 올라와 있었다.

 

내가 의심했던대로 그 우유는 막걸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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