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공유주방 배달전문점 알바 후기

빠라밤 2024. 7. 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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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배달음식을 안시켜먹다보니  공유주방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공유주방에 대해서는 어디서 들은적은 있어서 어떤곳인지는 대충 알고는 있었다.

 

내가 공유주방 배달전문점에서 알바를 하게된 이유는 직전에 일했던곳이 음식만드는곳이여서 얼떨결에 같은 직종이라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공유주방의 일이란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일이지만 이곳 일은 만만치 않았다. 재료들은 미리 준비해두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내야 배달기사가 제시간에 고객에게 배달을 해줄수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고 포장까지 대충 3분정도가 걸리는데  주문이 띄엄띄엄  들어오면 더없이 느긋하지만  대부분의 주문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한꺼번에 몰리기때문에 수많은 주문을 맞춰내기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쉴새없이 울리는 주문알림에 멘붕이 올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하나의 주문이 여러명의 음식을 만들어야 할때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뒤에 들어온 주문들이 점점 쌓여서 시간맞추기가 힘들었다. 배달기사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전쟁같은 피크타임이 지나고나면 그나마 띄엄띄엄  주문이 들어와서 잠깐 쉬면서  떨어진 재료들을 준비할 시간이 생긴다.

 

 

 

 

 

혼자서 일하다보니 주문이 없는 시간에는 재료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심지어 점심도 편하게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저녁 피크타임이 돌아온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비가 오는 날이면 주문이 폭주한다. 근처의 회사원들이 비때문에 밖에나가서 식사를 못하게되면서 배달음식을 많이 주문하게 되는데 음식을 만드는 나로서는 아주 죽을지경이다.

 

하루종일 음식을 만드느라 가끔은 기름에 데이기도 하고 옷에 기름이 튀기도 하면서 기름냄새를 뒤집어 쓰다가 퇴근하는 지하철에 오르면 내몸에서 나는 기름냄새가 남들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모든것들보다 힘든것이 있었으니… …

 

나는 개인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것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든것이 더 싫었다.

 

공유주방은 지하에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하면 저녁에 퇴근할때까지 해를 볼수가 없었다. 피크타임이 끝나서 주문이 뜸하면 밖에 나가서 잠깐 바람을 쐬고 싶었지만 재료준비를 하다보면 시간이 없었다.

 

지하만 아니었어도, 창문이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나는 해를 못보는게 너무 지옥같았다.

 

그리고 한가지는 하루종일 말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다는것도 문제였다. 혼자 살고있는 나로서는 집에 돌아와서도 말할사람이 없었다. 직장동료들과 얘기하는게 전부인데 여기는 동료가 없었으니 하루종일 입을 닫고 살았다.

 

하루종일 지옥같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말한마디 안하고 시간에 쫒겨서 일하다보면  퇴근길엔 진짜 현타가 왔다. 

 

그렇치만 모든 가게들이 혼자서 일하는건 아니었다. 나처럼 혼자 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두명이나 세명이 함께 일하는 가게도 있었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수도 있고 돌아가면서 잠깐씩 해볕을 보고 들어오기도 했다.  나는 그들이 너무 부러웠고 하루빨리 지옥을 탈출하고 싶었다.

 

어디서든 돈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게 돈을 벌더라도 이렇게 말못하는 로봇마냥 일하면 나중엔 병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알바를 그만뒀다. 여태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만약 누군가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 한다면  적극 말리고 싶다. 그래도 한다고 하면 적어도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는 주방에서 일할것을 권한다. 공유주방은 지하에 있는곳이 많긴 하지만 지상에 있는곳들도 있다.

 

자신의 배달전문점을 운영할 계획이라면 지하에서라도  해보길 권한다.  자신이 열심히 하는만큼  수익도 오를테니 그거 하나만으로라도 버틸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으로서 일하는건 비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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