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아직 가까이에 있다.
운도 없게 추석연휴도 다 지나기전에 코로나에 걸렸다.
한창 유행할땐 안걸렸는데 방심하고 있은탓인지 생각지도 않게 코로나에 당첨되었다. 바라던 로또는 아니되고 코로나가 걸리다니...
어느날 운동하고 돌아오니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음을 느꼈다. 흔히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옷을 몇겹 껴입고 따스한 물을 마시며 체온을 유지했다.
하지만 밤이 되니 오한이 느껴지고 머리가 쪼개지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올랐다.
할수없이 한밤중에 타이레놀을 사다가 먹었다. 코로나인지 감기인지 걱정을 하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날이 밝았다. 다음날 낮이 되니 그나마 괜찮은듯 했다. 하지만 타이레놀 약효는 잠시뿐 다시 식은땀도 나고 머리가 또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약국에 가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구매해왔다. 머리가 아파서 몸이 휘청거릴정도였으니 내 평생 이런 상황은 처음 격는다. 정확도가 얼마나 될지 반신반의 하면서 자가진단을 시작했다.
처음엔 저 오른쪽의 희미한 줄을 보고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한쪽은 원래 저렇게 희미하게 나타났다.
젠장, 내가 코로나에 걸리다니... 며칠전 엄마와 통화하면서 난 운동을 자주해서 그런가 여태 안걸렸다고 자랑했는데 ㅠㅠ
이렇게 됐으니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병원에 가는수밖에는 없었다.
그냥 가도 되는건지 아니면 연락을 하고 가야하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일단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에 걸린것 같으니 보건소에 가도 되냐고 하니 보건소에는 가지말고 동네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해보고 양성이면 치료받으면 된다고 한다.
동네병원에 가서 증상을 말하고 코로나검사와 독감검사를 받았다. 이게 6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왔다. 근데 어이없게도 코로나도 아니고 독감도 아니란다. 근데 왜 이렇게 아프냐고 하니까 약 몇가지를 주면서 먹어보라고 한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코로나도 아니고 독감도 아닌걸 괜히 6만원 날린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 목까지 아파서 죽을지경이었다. 할수없이 하루종일 이불덮고 누워있었다.
혼자사는 사람이 가장 외로울때가 바로 아플때이다. 죽도록 아파도 누구하나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더 오한을 느끼고 아픔이 두배가 되는것 같았다.
밤이 되니 열도 더 심하게 나고 머리도 더 아팠다. 특히 목이 너무 아파서 죽을지경이었다. 이건 코로나가 아니라면 뭔가 잘못된게 분명한것 같았다. 밤 9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나는 더이상 이대로 죽을수는 없다 생각하고 겨우겨우 옷을 챙겨입고 건국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찾아갔다.
응급실은 항상 그렇듯이 바쁘게 돌아갔다. 많은 환자들이 있었고 보호자가 한명씩 따라와있다. 혼자서 찾아간건 나뿐인것 같았다. 나는 복부 엑스레이도 촬영하고 소변검사도 하고 피검사도 했다.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었다. 그리고 한쪽팔에는 링거를 꽂고 코로나 검사도 받았다. 링거가 내리는 속도가 어찌나 오래걸리는지 그사이 코로나를 빼고 모든 결과가 다 나왔다. 소변도 정상, 피도 정상, 엑스레이도 정상이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코로나가 유일한 범인인데 결과는 다음날 저녁에야 나온다고 했다.
결과가 그렇게나 늦게 나온다니 급한놈은 그사이 죽어도 모를 지경이라 생각했다. 링거를 맞고나니 다행이 머리가 아프지않았다. 머리가 안아프니 살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혹시 코로나일지 모르니 결과는 내일 나오지만 미리 약까지 챙겨가라고 했다. 병원을 나서니 새벽 1시쯤 되었다. 치료비가 15만원 좀 넘게 나왔다 ㅠㅠ
다음날 오후 6시쯔음 나온다던 결과는 밤 12시가 다돼서야 나왔다. 그제서야 나는 코로나 양성임을 확신하고 코로나 치료약을 먹기 시작했다.
머리는 안아픈데 목은 침도 삼킬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아팠다. 잠깐 잠들었다가도 목때문에 깨고 그렇게 잠도 제대로 잘수 없었다. 입맛은 물을 먹어도 쓰게 느껴졌다. 그렇게 집에서 약을 부지런히 먹으면서 3일을 지내니 목도 점점 나아졌다.
5일치 약을 받아왔었는데 마지막날엔 거의 대부분 완치가 된것 같은 느낌이었다.
6일째 되는날 다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봤다.
이번에는 딱 한줄만 나왔다. 희미한 다른한줄은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없었다. 이건 코로나가 완치 되었다는 뜻이다.
코로나의 위력을 한번 경험해보고서 나는 현재 다시 마스크를 썼다. 그동안 모두들 마스크를 벗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을 다시 바라보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